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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젯 밤 꿈 속에서 지갑을 잃어버렸다. 지금 쓰고 있는 지갑은 예전 여자친구가 생일 선물로 사준 지갑인 데 삼년이 넘도록 잘 쓰고 있다. 이제까지 쓴 지갑 중에서 나와 가장 오랜 시간을 함께 한 지갑이다. 정이 많이 든 녀석인데 그 녀석을 그만 꿈 속에서 잃어버린 것이다. 버스에서 두고 내린 듯 했다. 그랬으니 꿈 속에서 버스 차고지를 찾아 갔겠지. 하지만 거기에도 지갑은 없었다. 너무나 속이 상해 그냥 돌아서려는 찰나 철재 캐비닛 아래 익숙한 모습이 눈에 띠었다. 내 지갑이었다. 하지만 속은 텅 비어 있었다. 그래도 지갑을 찾은 것 만으로 만족하려는데 갑자기 왠 여자의 학생증이 내 지갑 안에 꽂혀 있었다. 얼굴을 본 적 없는 여자였다. 그 여자가 내 지갑의 모든 돈을 갖고 갔으리란 생각에 그 학생증을 꺼내 구겨 버렸다. 그리고 집에 돌아가려는 찰나 한석규를 마났다. 한석규는 뭐가 그리 좋은지 계속해서 실없이 웃고 있었다. 나는 한석규에게 이렇게 말했다. 삼촌! 뭐 좋은 일 있어요? 그러자 한석규는 어, 나 취직했거든. 무슨 일인데요? 내가 어제 인천공항엘 갔는데 거기서 장동건을 만났거든. 근데 장동건이 날보고 자기 보디가드 하지 않겠냐고 해서 내가 하겠다고 했지. 와 잘됐다.
아침에 버스를 타고 가며 생각했다. 이건 분명 20억 짜리 꿈이라고. 꼭 로또를 구입하고야 말겠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로또 구입은 어렵다. 매일 마주치는 여학생에게 밥 한 번 먹자고 말하는 것 만큼이나 어렵다. 내가 로또를 사기 위해 가게에 들러 아줌마 로또 하나 주세요 하면 아줌마가 오늘은 바빠서 안돼요 라거나 저 남자친구 있거든요? 라고 말할 리도 만무한데 어렵다. 아무튼 그렇게 학교에 도착해서 매점에 들러 베지밀을 사고 계산을 하려고 서 있는데 전자렌지 위에 놓인 지갑이 눈에 띠었다. 꽤 오래 기다렸는데 아무도 가져가지 않았다. 누군가 두고 간 모양이었다. 지갑은 핑크색의 두툼한, 전형적인 여자 지갑이었다. 나는 계산을 하면서 직원에게 지갑을 가르키며 누군가가 두고 간 모양이니 보관하고 있다가 찾으면 전해주라고 말했다. 그런데 지금 생각해보니 그 지갑을 한 번 열어볼 걸 그랬다. 그 지갑 주인의 얼굴이 혹시 내가 어젯 밤 꿈 속에서 본 그 얼굴일 수도 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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