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 날개를 잃다

거센 비가 그치고 난 뒤
돌아온 방은 텅 비어 있다
쉽게 눈길 가지 않는 현관 구석에
낯선 우산 하나 비스듬히 기대어있다
가지런히 빗질된 소녀의 머리카락같이
우산의 살들은 서로가 서로를
부둥켜 안고 포개어 숨을 쉬는데
창문을 열고 누운 나는 그동안 품었던 그녀를
겨우 내려놓고 낯선 우산을 품는다 눈에
거센 빗물이 파르슴히 맺힌다
가슴에선 그녀의 머리카락 한올이 겨우
붙어 자라고 나는
눈을 감고 다시 비상을 꿈꾼다
날자. 날자. 한 번만 더 날자꾸나.
한 번만 더 날아보자꾸나.

by  깨  | 2007/10/01 00:03 | 트랙백 | 덧글(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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