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학 콘서트> 유감.
“3100원짜리 스타벅스 카푸치노 원두 값은 90원”


금요일이었나 토요일이었나, 이 기사를 처음 본 날은. 한창 된장녀가 세상을 휩쓸 때 이 기사를 봤더라면 당연히 된장녀 논란이 떠올랐겠지만 <에티오피아 커피 원두 생산과정은 선진국과 후진국,부자와 가난한 자의 불평등 착취 구조가 고스란히 들어있다.>는 기사의 한 부분을 읽으며 난 예전에 읽은 <경제학 콘서트>라는 책이 떠올랐다. 팀 하포드의 <경제학 콘서트>는 스티븐 레빗의 <괴짜 경제학>과 더불어 한국의 출판시장을 휘어잡은 몇 안되는 경제 입문서다. 내가 직접 돈 주고 사서 읽었을 정도니 베스트 셀러이기도 하다.


책은 커피 한잔의 가격부터 중고차 매매의 비밀까지 복잡한 세상을 이해하는 명쾌한 경제학의 세계를 알려준다, 고 한다. (표지에 그렇게 써 있다.) 그리고 제일 먼저 나오는 게 바로 스타벅스다. 스타벅스의 가격 결정과 경영전략을 살펴보며 그 속에 숨어있는 경제원리를 친절하게 설명해준다. 하지만 이 책은 책장을 넘기면 넘길수록 불편해지는 책이다. 가장 황당했던 챕터는 <노동력 착취 공장을 선택한 사람들> 팀 하포드는 노동력을 착취하는 공장일지라도 그 나라에선 그것이 양질의 일자리일 것이라고 말하며 그 공장에 다니는 건 그 나라 사람들의 자발적인 <선택>이라고 말한다. 그러면서 하는 말이 공정무역이니 뭐니 하면서 그런 노동력 착취공장에서 만든 제품을 사지 않는 것은 그 사람들의 일자리를 위협하는 나쁜 일이라고 강조한다. 그야말로 고양이 쥐 생각하기인데, 참 많이 황당했다. 가령 내가 상상한 다음의 경우와 위의 말이 다를 것이 무엇인가?


두 남자가 길거리에서 서성이고 있다. 길거리엔 군데군데 쓰레기가 떨어져 있고 구청 소속의 늙은 환경 미화원 할아버지들이 연신 허리를 굽히며 쓰레기를 청소하고 있다. 길에서 서성이던 남자중 한명이 주머니에서 담배를 꺼내 피운다. 다 피우고 나서 그 환경 미화원 앞에 보란 듯이 꽁초를 버린다. 그 옆에 있던 그 남자의 친구가 한마디 한다. 야 너 뭐하는 거야? 저렇게 힘들게 청소하시는 분 앞에서 그렇게 쓰레기를 함부로 버리면 어떡해? 그러지 대꾸하는 담배남. 야야 넌 어떻게 하나만 알고 둘은 모르냐. 생각해봐. 저 사람들은 쓰레기가 있어야 먹고 사는거야. 세상의 모든 사람이 길거리에 쓰레기를 버리지 않는다고 쳐봐. 그럼 저 할아버지는 할일이 없을 거고 그럼 해고당하는 거야. 그럼 저 늙은이가 뭘 먹고 살겠냐? 이게 다 내가 저 늙은이를 위해서 그러는 거야.


팀 하포드는 <한국과 같은 나라처럼 다국적 기업들을 받아들임으로써 천천히 부자가 되어야 한다.>고 말한다. 한국이 다국적 기업을 많이 받아들여 이룬 <부자>가 어떤 것인지는 차치하더라도 그의 이러한 말은 전혀 마음의 울림을 주지 못한다. 그는 느긋하게 뉴욕의 스타벅스에서 커피를 마시며 세상엔 커피 재배자가 너무 많아 커피 농장의 착취가 생길 뿐이라며 <희소성의 원칙>을 뇌까릴 뿐이다. 그의 말처럼 지금 세계엔 커피 농장이 너무 많고 그 곳에서 일하려는 사람들이 너무 많기 때문에 노동착취는 어쩔 수 없는 것이라면 과연 대안은 무엇인가. 그는 <좀더 많은 다국적 기업들이 가난한 나라에 공장을 세우>는 것을 그 해결로 내세우지만 다음의 기사 속 내용은 그 말이 얼마나 허황된 주류 경제학의 희망사항인지를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갈수록 에티오피아 커피농장에 투자하는 선진국 수입업자가 늘고 있다”면서 “하지만 이들의 투자가 증가한다고 해서 에티오피아 주민들의 가난이 결코 개선되진 않는다”>


차라리 멜서스를 다시 데려오는 편이 더 정직하지 않은가?
by 깨™ | 2006/10/30 09:45 | 깨's Books | 트랙백 | 덧글(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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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ed by 시리우스 at 2006/10/30 09:50
<괴짜 경제학>과 <경제학 콘서트> 둘다 읽어본다 읽어본다 해놓고 아직까지 못읽었는데.... 저도 스타벅스 얘기는 뉴스 칼럼같은데서 주워읽은적이 있습니다. 커피를 아무리 사마셔도 커피 재배하는 노동자들에게 딱히 돌아가는 것이 없다고 하더군요. 아 그나저나, 카푸치노나 에스프레소 같은 것은 그나마 스타벅스에서 싼 메뉴인데, 캬라멜과 휘핑 잔뜩 들어간 다른 메뉴 값은 정말...;;; 저런거 다 따지지 않고서라도 저는 그 가격이 무서워서 못사먹....-_-;
Commented by 텡이 at 2006/10/30 09:52
현실과 이상의 기로에는 '인간의 본성'이 있는 것 같아요. 에디오피아에 필요한것은 투자가 아니라 양질의 '교육'이 아닐까 생각해봅니다. 교육이 선행되고 투자가 이루어진다면 가난이 개선되지 않을까요? 이또한 이상주의적이려나..(씁쓸한 웃음)
Commented by 깨™ at 2006/10/30 10:08
시리우스_ 사실 아프리카의 문제같은 건 제국주의 시대를 거치면서 서구 열강들이 저렇게 망쳐놓은 경우가 많은데 이제와서 그 사람들이 희소성이니 자국의 부패와 무능이니 하면서 커피숍에 앉아 훈수나 두고 있으니-_-;


텡이_ 투자는 사실 자기가 돈을 쓴 만큼 뽑아야 겠다는 생각이 들기 때문에 반드시 그 투자 대상국 모두에게 이익이 돌아올거라고 보긴 힘들거 같아요. 투자라기 보다는 장기적 관점에서 다시 일어 설 수 있는 원조나 프로그램이 절실한데..당장 우리나라만 봐도 해외원조하는 돈이 부끄러울 정도니까요..
Commented by Wire♪ at 2006/10/30 16:37
음-_- 읽어보지는 않았지만(읽어본 경제학 입문서라고는 부자의 경제학, 빈민의 경제학과 죽은경제학자의 살아있는 아이디어 정도) 저건 뭐 한국 자유주의 극우파들보다 말이 심하네요ㅡㅡㅋ 저건 도덕관념이 마비된건지 뻔뻔한건지 ㅉㅉ 우수한 자기들은 '선진국' 에 사니까 높은 임금이 당연한거고 '후진국' 의 열등한 국민들은 굶어죽지 않게 일자리 주는 것만 해도 감지덕지 하라는 말로 보이는데...... 아 진짜 화나네요 -_-^
저건 뭐 멜서스보다도 못한 가증스러운 신자유주의 교조주의자인듯.
마르크스가 살아 있엇다면 엄청난 포화를 퍼붓는걸 볼 수 있었을텐데 아쉽네요.

p.s. 바바라 부시 여사가 '원조 사업' 차원에서 스타벅스와 협력하여 에디오피아에 일자리와 기간시설들을 제공해준다고 광고하고 다니더니(타임지에는 정부와 기업, 민간의 바람직한 협조 사례로 제시되어 있더군요-_-) 역시 부시네 가족은 별 수 없네요.
Commented by 이승환 at 2006/10/30 20:24
무섭고도 적절한 비유라는 생각이 드네요 -_-;
Commented by 깨™ at 2006/10/31 08:59
Wire♪_ 무서운건 저런 식의 생각이 <경제적>이고 <효율적>이므로, <옳다>는 식의 도그마가 전 사회적으로 퍼져 나가고 있다는 것. 내가 알기론 그 어떤 학문도 그 학문의 옳고 그름이 이렇게 전 사회적으로 틀에박힌 채 관철되지 않는데 경제는 그렇지가 않단 말이야..


이승환_ 아마 저렇게 말하는 사람들도 <경제적으론 이게 옳아. 경제는 도덕이 아니야.>라고 말하겠죠.
Commented by 바스티스 at 2006/10/31 14:04
그 모든 부조리함을 암묵적으로 기득권이라는 형태로 딛고 살아가는 사람의 말이 당위성을 얻기 힘들다는 현실은 더더욱 꽉 막혀있는 것 같네요. 그야말로 모럴 해저드인가
Commented by 늘보아이 at 2009/01/13 15:48
공정무역 제품과 생산자에 대한 정보들을 보실수 잇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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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정무역에 관심있으신 분들의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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